머리말
이 시는 어머니의 일흔한 번째 생신을 맞아 어머니께 바치는 작품입니다.
이 시와 함께 실린 대표 사진은 제가 일곱 번째 생일을 맞았던 해, 영국 어딘가에서 촬영된 것입니다.
어머니는 2024년, 다툼 끝에 제 어린 시절 인화 사진의 90퍼센트를 찢어 버리셨습니다. 최근에야 비로소 지퍼백에 보관해 두었던 그 조각들을 다시 꺼내어 하나씩 맞춰 보기 시작했습니다. 그러나 그 작업을 시작할 때마다 견딜 수 없을 만큼 무거운 감정이 몸속으로 밀려옵니다.
어떤 시는 독자를 위해 쓰이고, 어떤 시는 자기 자신을 해방시키기 위해 쓰입니다.
이 시는 후자에 가깝습니다.
세속적인 성공이나 돈이 얼마나 많아야
유통기한이 지난 캠벨 수프 저녁 식사와,
초라한 남은 인연들,
정부 보조 임대주택의 기억들을
구원할 수 있을까요?
세속적인 성공이나 돈이 얼마나 많아야
당신이 마땅히 누려야 한다고 믿었던 삶과
실제로 손에 쥔 삶 사이의
견딜 수 없는 간극을
메울 수 있을까요?
세상의 그 어떤 것도
당신이 내게 저질렀던 일들과,
또 나를 위해 했던 일들을
구원할 수는 없습니다.
나는 이제 거의 이천 주를 살아왔고,
통계적으로 운이 따른다면
앞으로 이천 주 정도를 더 살 수 있겠지요.
그리고 당신에게 남은 시간은
그보다 훨씬 적습니다.
이 통지를 통해 거부합니다.
당신이 차라리 없었기를 바랐던
뚱뚱하고, 이기적이며, 게으른 딸이라는 역할을.
그리고 당신이 애초에 선택하지 않았기를 바랐던
뚱뚱하고, 이기적이며, 게으른 남자와 함께 살아가는 삶이라는 낙인을.
이 통지를 통해 우리를 놓아줍니다.
우리를 노예처럼 옭아매 온
수치심과 분노로부터.
그것은 우리에게 물려진 유산이었고,
동시에 우리가 짊어진 짐.
감사합니다.
죄송합니다.
안녕히 가시길.
추신
티 웨스트[Ti West] 감독, 미아 고스[Mia Goth] 주연의 3부작 영화 “펄 [Pearl]”, “X”, “맥신 [MaXXXine]”은 지난 한 달간 제 치유 여정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.
